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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할망에게 고라봅서
할망상담소
2018.05.1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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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해가 넘도록 할망 인터뷰어로 제주 곳곳을 누비는

정신지가 이번에는 흔한 고민과 궁금증을 할망에게 배달한다.

그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연륜, 통찰, 유머, 용기와 지혜, 눈물,

그리고 진심이 있다.

글 정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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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 듣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재주 많은 스토리텔러이자 유랑 작가. 네이티브 제주어스피커로 할망 하르방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 외에 KBS제주 <보물섬>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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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할머니 친구란 뭘까요. 우정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A.jpg 나는 별로 친한 사람이 어서(없어). 다 좋아해불주(좋지). 동네 사람이고 누구고 딱히 ‘저 사람 나쁘다’ 생각을 안 해. 다 보통으로만 생각하지. 고향 떠나 시집오난 친구랄 것도 어서. 어릴 적에 맺은 친구 다섯이 이서신디(있었는데), 이제 다 죽고 내가 젤로 오래 살암지. 친구는 있으면 있는 대로 어시민 없다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지금은 노인당 사람들이 친구주게. 언제 갈지 모르는 것이 사람인데, 나쁜 사람은 있어도 그걸 원수로 만들어버리면 후회만 굳어질거. 차라리 이녁(네가) 속이 썩는 것이 편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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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솔직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솔직한 말과 행동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더군요. 저는 잘못 사는 걸까요.


A.jpg 살당 보민(살다 보면) 솔직해도 상처받고, 또 그걸로 상처 줌도 허주게(주기도 하지). 경해도(그래도) 사람은 거짓말 말앙 솔직허야 하여. 어떵사(어떻게) 살아지는지 나는 아무것도 몰랑 살았지만 거짓말은 한 적이 어서. 우리 오라버니가 셋 언니도 셋, 나까지 여섯 오누인디, 막냉이 하나만 살고 몬딱(전부) 죽언. 남편도 얼마 전에 죽고 나 하나만 질(제일) 오래 살암서게. 거짓말을 안 해노난 경햄신가이? 아니가 구십이 나도(되어도) 솔직히 모르는 건 모르켜(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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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만 한편으로 심심하기도 해요. 심심할 땐 뭘 하면 좋을까요.

 

A.jpg 혼자 살잰하민(살라고 하면) 나야말로 심심하지. 고만히(가만히) 아잤당도(앉았다가도) 아기(자식)들이 전화 오민 막 기분이 좋아게. 게난(그러니) 나도 심심하민 육지 사는 아기들하고 메누리신디도(며느리에게도) 전화해. 특히 육지 사는 메누리신디 전화해. 만나지 못해도 목소리 들어지민 기분이 좋고. 후훗. 우리 작은 딸도 아까 2시에 전화완. 밥 먹었느냐고. 아! 심심헌디 너 온 김에 옆집 할망이영(이랑) 밥이나 먹을탸(먹을래)? 국 데왕(데워서) 오크메이(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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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모아놓은 돈이 없어 걱정인데, 인생에서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A.jpg 일생에 돈이 제일 귀하주게(귀하지). 겐디(그런데) 어떵(어찌) 모으는지는 몰라 나도. 우린 그저 그날그날 거스렁이네(추스르며) 살았지. 그날 쓸 돈도 어서났져(없었어). 돈 모이지 못혀(모으지 못해). 구십 평생 돈이 모인 역사가 어서(없어). 모일 돈이 이서야 모이지. 남편이 꼬박꼬박 돈을 가져다주민 그걸 모으기라도 허주만. 농촌에서 고치(함께) 농사지으멍 살민(살면) 여편신디(아내한테) 돈이 어시민(없으면) 소나이(남편)도 돈이 없는 거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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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저에게 3년 묵은 엄청 신 김치가 있는데 뭘 해 먹어야 맛있을까요.

 

A.jpg 이추룩(이렇게) 찌개라도 행 먹주게(해 먹지). 돼지고기나 아무거나 노랑이네(넣어가지고). 육지에선 땅 소굽(속)에 묻어두고 먹어도 제주에선 그해에 바로 먹엉 치워불주(먹어 치우지). 묵히는 법이 어서(없어). 겨울에도 먹을 것이 하난게(많으니까). 겐디(그런데) 3년이 되도록 짐치(김치)가 집에 이시냐(있다고)? 아이고, 육지선 무사들 경햄시니이(왜들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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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꾸미는 일이 좋은데 엄마는 내가 사치만 부린대요. 맨날 꾸미고 싶은데 어떡하죠.

 

A.jpg 이녁(너) 마음대로 헐 거주(할 것이지) 무신…. 사치고 뭐고 마음대로 해사주(해야지) 어멍이 잔소리하는 것이, 그것이 사치라. 겐디(그런데) 성형수술을 허여도 이녁이 태우고(태어난 팔자를 보아가며)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문제여. 엄마 말은 안들어도 점쟁이 말은 꼭 들어산다이. 수술행(해서) 사주가 나쁘댄 허민 하지를 말아야주. 내 원래 이름이 ‘추녀’라나신디(였는데), 호적엔 ‘기춘이’라고 올렸주게. 이름도 바꿔지는디(바꾸는데) 좋댄만허민(좋다 하면) 얼굴만쓱 한 것사(얼굴쯤이야). 냥들 허여게(맘대로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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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할머니, 자식이 있으면 행복하나요.


A.jpg 자식 이시난(있으니) 안즉(아직)까지 살아지는 거 닮아(같아). 아기들이 나쁜 소리 안혀곡(하고) 존(좋은) 소리도 아니행(안 하고) 놈한티(남에게) 미움을 아니 받기로이(안 받으니까). 여섯 해 전에 남편도 죽고, 나도 오늘내일 햄쭈만은(해도) 아기들 알콩달콩 사는 것을 시민(보면) 그것만큼 행복한 거시 어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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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회사 옆자리 동료가 실력보다 인맥으로 정규직이 되었어요. 그걸 안 후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화가 나요.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A.jpg 옛날엔 다 그추룩 했주만은(그랬지만서도) 이제도 경들 햄서(지금도 그러고 있어)? 쯧쯧. 그런 거 당하민 호끔(조금) 울큰사 허주게(맘이 쓰리지). 게도(그래도) 그런 건 내불고(내버리고) 노력을 더 허랜허라(하라고 전해라). 촘아야주(참아야지), 겅 안하민(안 그럼) 그 사람 두두리나(때릴거야)? 그 순간을 촘아내야(참아내야) 이녁(너)한테 복이 들어온다. 아맹 고라도(아무리 말해도) 이녁 운이라. 운이란 게 좋은 때도 실거고(있고) 해로울 때도 실거고. 울큰한 마음 촘다 보민 좋은 때도 오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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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렌터카로 제주를 여행하는데, 다들 험하게 운전해서 힘들었어요.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죠.

 

A.jpg 이래저래 막 영영 허멍(이리저리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운전들 험하게 허주게(하지). 나냥으로(스스로) 조심해사주게. 운전 막 그추룩(그렇게) 해도 어떵 고라져게(말할 수가 있나)? 차 안에서 외어도(소리질러도) 그게 앞차에 들리나? 사고 나는것도 다 이녁 팔자주만서도 명심행들(조심해서들) 다니라게. 무서우민 놈(남)의차 빌엉(빌려) 타지 말앙. 빠쓰(버스)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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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가끔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외로워요. 할머니는 외로울 때 어떻게 하시나요.

 

A.jpg 외로움은 아무도 이해 못한다. 이녁냥으로(스스로) 알앙 촘아야지(참아야지). 그걸 하소연해서 해결해줄 사람이 어디 이시느니(있니)? 난 경 행(그렇게 해서) 고생하멍 살았주만, 확 죽어불카(죽어버릴까) 생각도 나나서(났었어). 경 허멍도(그러면서) 오늘까정(까지) 산 거. 허이고…. 눈 감으랜 행(감으라 해서) 심어가고(잡아가고) 눈 트랜(뜨라고) 행 심엉가고…. 망할 4·3에 요망진(똑똑한) 오라버님은 데려강 죽여불고. 어멍신디(어머니에게) 산에 쌀 얼마 보냈느낸 허멍(물으며) 고랑 채웡이네(채워서) 물바가지로 펑펑 비우멍(머리 위로 물을 쏟아부었지). 집에 고만히(가만히) 앉은(앉아 있던) 사람들을 몬딱(모조리) 잡아강(잡아가서)…. 살아난 생각하민 이제도록 기가 막혀. 지금도 무서워서 눈물이 나. 운동장에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세와놓고 여자한텐 남자 죽이랜 하고, 남자한텐 여자 죽이랜 하고…. 나 그런 거 다 봤져. 허이고(눈물)…. 우린 참 별난 꼬라지 다 봤져(봤어). 스물셋 허민 꽃다운 청춘인디. 가족도 친구도 그축 행(그렇게 해서) 가부난(가버리니) 그 처녀 마음이 외로운 것은 어떵할 수가 있어? 외로운 것은 아맹(아무리) 말을 고라도 나밖에 모르는 거라이. 놈(남)이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한 거. 것이 당연한 거. 경해도(그럼에도) 살암시난(살다 보니) 다~살아져라(살아지더라). 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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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8 봄호

  

 

 

yona님의 댓글

yona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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